[Optic 2000]‘보이지 않는 기억, 보이는 사진’…AI가 그려낸 시각장애인의 마음속 풍경

시각 장애는 단지 물리적인 시각의 결핍일 뿐, 감정과 기억, 그리고 세상에 대한 깊은 인식까지 막을 수는 없다. 프랑스의 대표 안경 체인인 ‘Optic 2000’이 주도하고 광고회사 Australie.GAD가 기획한 사진전 ‘As Far as the Eye Can See’는 이 같은 사실을 아름답고 강렬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 전시는 AI 와 예술가, 그리고 시각 장애인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전례 없는 프로젝트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음’이 ‘보지 않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관람객에게 강렬히 각인시킨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각 장애인의 내면 속 기억을 시각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그들의 기억 속 풍경은 현실에 존재한 적은 없지만, 누구보다 또렷이 간직되어 있는 장면들이다. 사진 작가이자 아티스트인 마크 다 쿠어 롭스(Marc Da Cunha Lopes)는 시각 장애인 네 명과의 긴밀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기억을 구체화했다. 이후 이 기억들은 AI를 통해 시각적으로 재구성되었고, 실제 사진처럼 완성되었다.

이 전시의 주인공은 네 명의 시각 장애인이다. 각각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을 공유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트레서 마쿤다(Tresor Makunda)이다. 그는 어린 시절, TV에서 전설적인 육상 선수 칼 루이스(Carl Lewis)의 경기를 보며 육상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가 회상한 장면은 TV를 보며 흥분하고, 엄마에게 달려가 “나도 멋진 챔피언이 되고 싶어”라고 말하던 순간이다. 이 장면은 AI를 통해 실제 존재하는 듯한 이미지로 재현되었다.

모델이자 유전적 알비노를 가진 레인 에르미니옹 에탈르(Reine Herminione Etalle)는 시각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했던 여름 캠프의 기억을 공유했다. 그녀는 “시각적으로 불편하거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여름날의 환한 빛과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또 다른 참여자인 작 프리우(Jacques Priou)는 어린 딸이 라임 나무에 매달린 그네를 타던 장면을 회상했다. 그는 선천적인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딸과의 추억은 오히려 더 생생하게 떠올린다.

이 프로젝트의 기술적 구현에는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각 장애인의 기억을 가능한 한 현실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마크 다 쿠어 롭스는 이미지 생성에 필요한 구체적인 설명과 감성을 AI에게 입력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장면들이 사진으로 탄생했다. 광고회사 Australie.GAD는 “AI가 책임감 있게 사용되었을 때, 어떻게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시각 장애인에게도 완전히 열려 있다. 전시장의 모든 안내 문구에는 점자 번역이 제공되며, 온라인 사이트(apertedevue.org)에서도 오디오 설명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접근성에 대한 고려는 프로젝트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은 각 750유로 에 판매되며, 수익은 전액 시각 장애인의 문화 및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발랑탱 하위 협회(Valentin Haüy Association)에 기부된다. 이는 1785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시작된 전통을 이어가는 의미 있는 기부이기도 하다.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 또한 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As Far as the Eye Can See’ 전시는 기술과 예술,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사례다.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이 프로젝트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세상이 얼마나 풍부하고 의미 있는지를 조명한다. 전시는 현재 파리 아트 갤러리 ‘Atelier 13 Sevigne’에서 열리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사진전은 단지 예술 작품이 아니라, 시각 장애에 대한 인식과 공감, 그리고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따뜻한 혁신의 가능성을 모두 담은 사회적 메시지다.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들, 그 소중한 기억을 우리는 이제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관련참고기사:As Far as the Eye Can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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