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는 전 세계적으로 쇼핑 열풍이 일어나는 시기다. 특히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들에게는 1년 중 가장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기엔 수많은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할인’을 외치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차지하려 애쓴다. 남들보다 더 큰 할인, 더 많은 광고로 경쟁하는 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 라틴아메리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Mercado Libre는 한 발짝 물러서 되묻는다. “소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돋보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브랜드의 로고에서 찾을 수 있었다. Mercado Libre의 로고는 악수’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다. 이 평범한 시각적 요소가, 기술과 창의력이 만나 2024 칸 라이언즈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혁신 캠페인 ‘Handshake Hunt’로 재탄생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할인율을 높이거나, 대규모 광고비를 투입해 소비자의 주목을 끌려 한다. 하지만 Mercado Libre는 이러한 방식이 “비효율적인 치킨게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사람들의 일상 속 콘텐츠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할인 메시지를 노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브랜드 로고와 실제 TV 장면 속의 ‘악수’ 장면을 연결짓는 기발한 전략이 탄생했다. Mercado Libre는 브라질 최대 TV 네트워크인 Globo 채널과 파트너십을 맺고, 방송 프로그램에서 악수 장면이 나올 때마다 자동으로 QR 코드 팝업을 송출하는 미디어 전략을 실행했다.
핵심 기술은 바로 AI 이었다. Mercado Libre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Gut São Paulo는 AI를 활용해 Globo 채널의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의 스크립트와 장면을 분석, 악수가 등장하는 순간들을 식별해냈다. 그리고 각 장면에 맞는 맞춤형 할인 쿠폰을 연결시켰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 시작 전 선수가 악수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스포츠 용품 할인이, 드라마나 영화 속 악수 장면에서는 가전제품 할인 쿠폰이 제공되는 식이다. 할인 쿠폰은 블랙프라이데이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큰 혜택으로 업그레이드되며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 캠페인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단순한 광고 송출이 아니라, ‘실시간 반응형 프로모션’이라는 점이다. 방송 중 악수 장면이 나오면, 시청자들은 TV 화면에 뜨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여 곧바로 Mercado Libre의 쇼핑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광고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매끄러운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캠페인은 방송을 넘어 소셜미디어와 뉴스 미디어로 확장되며, 콘텐츠가 송출되는 다양한 채널에서 동일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브랜드 메시지의 일관성과 도달 범위를 비약적으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창의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비즈니스 성과를 가져왔다. Mercado Libre는 캠페인 기간 동안 전년 대비 39%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TV라는 기존 미디어 채널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써,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주의’를 효과적으로 끌어냈고, 이는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2024년 칸 라이언즈 광고제 미디어 부문 심사위원장인 프레르나 메흐로트라(Prerna Mehrotra) 는 Mercado Libre의 캠페인에 대해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매우 강력한 방식의 미래형 미디어 활용 사례”라며 “가볍고 일상적인 순간을 혁신적인 마케팅 기회로 전환한 캠페인”이라고 극찬했다.
핵심은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악수라는 흔한 제스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기술로 연결하고, 미디어로 확장시킨 것. 모든 브랜드가 같은 목소리로 외칠 때, Mercado Libre는 ‘행동’의 순간을 선택했고, 그것이 결국 주목받는 메시지로 이어졌다.
이번 사례는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소비자 소음이 극대화되는 시기, 어떻게 브랜드가 차별화된 접근을 통해 소비자와의 진정한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이는 앞으로의 마케팅 전략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창의성과 미디어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