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기술과 창의성의 만남을 이끄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2025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올해의 창의적 마케터(Creative Marketer of the Year)’로 선정되며 또 한 번 그 위상을 증명했다. 이번 행사의 개막을 알린 애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토어 마이렌(Tor Myhren)은 연설을 통해 “인간 창의성이야말로 이 산업의 진정한 슈퍼파워”라고 선언하며 광고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창의성은 애플의 DNA
“창의성은 애플 마케팅의 중심이며, 이는 전략적 리더십부터 소비자와의 연결 방식까지 모든 단계에 내재돼 있다.” 마이렌은 이렇게 운을 떼며, 애플이 어떻게 기술과 감성을 접목하여 브랜드를 구축해왔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AI가 광고 산업을 파괴하지도, 구원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를 구하는 것은 결국 인간 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마이렌은 기계와 알고리즘이 점점 더 많은 결정을 내리는 시대 속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광고는 논리만으로는 소비자와 연결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느끼기를 원하고, 그 느낌은 인간의 손을 통해 전달됩니다.”
논란과 사과, 그리고 새로운 다짐
애플은 지난해 자사의 ‘Crush’ 광고가 예술적 도구를 압축기로 파괴하는 장면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많은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은 이를 ‘창의성에 대한 경시’로 받아들였고, 마이렌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우리는 그 광고에서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밝혔다. 올해 그는 인간 창의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방향성을 강하게 강조하며, 과거의 실수를 딛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술이 아닌 사람의 손에서 시작된 캠페인
마이렌은 무대에서 애플의 주요 마케팅 사례들을 소개하며,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이 기술에 어떻게 융합되었는지를 설명했다.
1. 접근성 캠페인 – 에어팟으로 청각장애인 돕기
“에어팟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오디오 제품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청각 장애인을 돕는 데 약 4년이 걸렸습니다.” 그는 애플의 접근성 기능이 14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 캠페인의 진정성이 데이터보다 사람의 감정에서 출발했음을 밝혔다. 해당 광고는 청력이 손실된 세계를 묘사하며 시작되었고, 이는 광고 기술적 기준으로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많이 시청된 애플의 연말 광고가 되었다.
2. 프라이버시 캠페인 – 사파리의 차별화된 보안성
“프라이버시는 인권입니다.” 마이렌은 애플이 프라이버시를 중심으로 한 광고를 시작했을 당시, 업계 내에서는 이를 위험한 시도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사파리가 진정으로 개인적인 브라우징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는 단순한 메시지가 아닌 인간의 본능적 불안을 다룬 것이었다”고 밝혔다. 광고는 다소 ‘섬뜩한’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 진정성과 감정적 통찰이 소비자에게 크게 와 닿았다.
3. Apple Vision Pro – 몰입의 새로운 기준
애플은 가상현실 기술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몰입형 경험’을 추구한다. Apple Vision Pro는 음악 공연을 최전방에서 관람하는 것보다 더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며, 메탈리카(Metallica), 더 위켄드(The Weeknd)와 협업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실제 공연장보다 더 몰입감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4. Apple TV+와 ‘Severance’ 캠페인 – 현실과 연결된 경험
애플 TV+는 인기 드라마 ‘세버런스(Severance)’ 시즌 2 출시에 맞춰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는 거리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는 디지털이 아닌 ‘현실 세계의 촉감’을 살린 마케팅으로, 사람들이 여전히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5. ‘Shot on iPhone’ 캠페인 – 10년의 인간 창의성 기록
“이 캠페인은 아이폰 6 시절에 처음 시작됐고, 지금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이 캠페인은,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니라 인간 창의성의 집합체로 진화했다. 마이렌은 “우리는 아이폰으로 광고, 단편 영화, 뮤직비디오까지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AI와의 공존: “우리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마이렌은 AI가 광고 산업을 혁신하는 도구임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인간 창의성의 대체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AI는 조수석에 앉아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전대는 우리가 잡아야 합니다.”라는 그의 발언은 청중의 큰 공감을 얻었다.
AI와 알고리즘이 급부상하고 있는 지금, 광고 산업은 기계와 감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 애플은 그 중심에서 인간 창의성을 다시 조명하며, 기술의 시대에도 ‘감성’이야말로 브랜드 충성도와 연결성을 결정짓는 핵심임을 입증하고 있다. 토어 마이렌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 것 — 인간의 창의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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